매년 이맘때쯤 고향에 가면 어머니께서 정성들여 만들어 놓으신 메주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가 자라고 저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에는 그저 막연하게만 느꼈왔던 어머니의 정성이 점점 더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가까이서 들여다 보니 메주 안에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또 뭘까요? 바람에 어지럽게 헝클어진 머리카락처럼 보는 사람을 정신없게 만듭니다.
부들이란 식물입니다. 계피가루를 뿌려놓은 떡처럼 맛깔나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보기 전에는 그 실체를 알기 어렵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처음에는 다른데서 날라 온 씨앗들이 엉겨붙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궁금해서 톡톡 쳐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마치 김밥 옆구리 터지는 것처럼 씨앗들이 삐져 나오는데, 감탄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대 하나를 꺾어서 아이들에게 털어보라고 주었습니다.
그야말로 1제곱미터 넓이의 땅이 부들씨앗으로 가득찼습니다. 그 엄청난 수에 경이로움과 함께 마음 한 켠에선 안쓰러움이 솟아나더군요. 저렇게라도 해야만 유전자를 이어갈 수 있나 보다 싶은 생각에...
다 털어내고 웃고 있는 아이들...
어머니께서 가마솥에서 손두부를 만들고 계십니다. 매년 힘들게 만들어서 자식들과 손자손녀들 먹이셨을텐데, 그 고마움을 이제서야 절절이 느끼다니, 제가 철이 좀 늦게 드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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