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 구 생 활

혈액형과 수혈, 그리고 면역시스템

길위의행복 2011. 10. 14. 05:06

혈액형과 수혈에 대한 자료를 찾다 보면 흔히 아래와 같은 내용을 접하게 된다.


    "O형인 사람은 어떤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게나 수혈을 할 수 있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O형에게서만 수혈을 받을 수 있다."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이 생겨서 자세히 알아 보기로 하였다.


1. 궁금한 사항들


  1) 혈액간 응집 반응 실험만으로 세 종류의 혈액형이 존재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가?

  2) 혈액형간의 수혈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3) 수혈적합시험의 결과는 혈액형간의 수혈 관계에 부합하는가?

  4) 수혈을 한 적이 없어도 타 혈액형에 대한 항체가 생성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5) 혈액형이 다른 혈액간의 수혈 관계는 수혈하는 쪽의 혈액에서 항체를 포함하고 있는 혈청을 제외한 상태로 수혈할 때에만 성립하는 것이 아닐까?

  6) 전혈 수혈의 경우 아주 제한적으로나마 혈액형간 수혈 관계에 따라 수혈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7) 같은 혈액형간에 수혈하는 경우에도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2. 배경 지식


2.1 혈액의 구성 성분


혈액은 혈구(세포)와 혈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구성 비율 및 구성 요소는 아래와 같다.


  혈구

    - 혈액의 45% 차지

    -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적혈구가 혈구의 대부분을 차지)


  혈장

    - 혈액의 55% 차지

    - 수분, 항체, 각종 영양 물질 및 노폐물 (수분이 혈장의 90%를 차지)

    - 혈장에서 응고 현상에 관여하는 성분인 피브리노겐을 제거한 것을 혈청이라고 부른다.


2.2 혈액형별 항원과 항체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에 붙어 있는 항원에 따라 결정된다. 


  A형    :  A형 항원을 가지고 있다.

  B형    :  B형 항원을 가지고 있다.

  AB형  :  A형 항원, B형 항원을 가지고 있다.

  O형    :  항원 가지고 있지 않음


그리고 혈액형에 따라 혈장에 포함되어 있는 항체의 종류 및 존재 유무가 다르다.


  A형    :  항B 항체를 가지고 있다.

  B형    :  항A 항체를 가지고 있다.

  AB형  :  항체를 가지고 있지 않음.

  O형    :  항A 항체, 항B 항체를 가지고 있다.


3. 혈액형과 수혈


아래와 같이 혈액형별로 수혈 가능 여부가 다르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다. 


  A형   ->   A형, 또는 AB형인 사람에게 수혈 가능

  B형   ->   B형, 또는 AB형인 사람에게 수혈 가능

  AB형 ->   AB형인 사람에게 수혈 가능

  O형   ->   A형, B형, AB형 또는 O형인 사람에게 수혈 가능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혈액형에 따라 항체의 종류 및 존재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항체는 특정 항원을 만나면 반응하여 파괴한다. 예를 들면 항A항체는 A항원을 만나면 이물질로 인식하여 파괴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혈액형별 수혈 가능 여부를 다시 따져 보면 혈액형이 다른 경우에 수혈을 하면 어떤 경우에도 수혈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O형 혈액을 A형 혈액을 가진 사람에게 수혈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 O형에는 항원이 없으므로 A형 혈액의 항B항체는 O형 혈액을 공격하지 않는다.

    - O형 혈액은 항A항체를 가지고 있으므로 A형 혈액의 A항원을 공격한다.


즉 O형 혈액을 A형 혈액을 가진 사람에게 수혈할 때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서 어떤 지식이 빠져 있는 것일까? 우선 논리적인 결론과 혈액형별 수혈 가능 여부에 대한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나열해 보자.


    1) 혈액에 포함되어 있는 항체의 양은 혈액형별로 차이가 있다.

    2) 항체를 제거한 상태로 수혈한다.

    3) 혈액에서 항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다. 따라서 적은 양의 혈액을 수혈할 때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항체는 수여자의 몸 속에서 희석된다. 이에 반해 O형이 아닌 혈액형은 항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혈액을 수혈할 경우 수여자의 몸 속에 있는 항체는 증식을 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항원을 공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수혈 관계에 있어서 비대칭성이 발생하게 된다. 

    4) 또 다른 방법?


흠...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느낀다. 지금 밤이 너무 깊어서 여기까지만 쓰고 다음에 더 살펴 봐야겠다.


현실적으론 같은 혈액형끼리만 수혈한다고 한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위급한 상황에서만 다른 혈액형간에 수혈을 하고, 그것도 양이 많아지면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량만 수혈한다. 하지만 소량에 국한해서라도 수혈 관계가 성립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다른 혈액형간에 수혈을 할 경우 성분 수혈이라고 해서 항체를 포함하고 있는 혈장을 제외하고 적혈구만 수혈하는 방법도 있다.


    - O형의 적혈구는 항원이 없으므로 항체를 포함한 혈장은 빼고 적혈구만 A형, B형, AB형에 수혈하면 서로 공격하는 일이 없다.


결론적으로 혈액형과 수혈 가능 여부에 대해 널리 알려져 있는 지식은 흔히 적용하는 방법이 아니라 실은 아주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