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 업 일 지

만족과 불만족

길위의행복 2012. 7. 14. 10:32

공방에 다니기 시작한지 4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개근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내 기억 상으로는 1년차 때 딱 한 차례 빼먹었다. 그래서 정확히 말하면 개근은 아니지만, 다닌 기간 대비 사실상 개근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심리적 면죄부를 만들고자 그 이후 한 번도 빠지지 않을려고 노력한 측면도 있다. 그런 면에서 공방 선생님께서 "개근"한 사람이라고 대단해 하실 때마다 느꼈던 부담감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 셈이라고 생각한다.


그 4년의 기간 중에 뒤의 2년 동안 오로지 판을 둥글게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컵만 만들었다. 한 달에 네 개 정도 만드니까 대략 100개의 컵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컵을 처음으로 만들기 시작할 때 이렇게 오랜 동안 컵만 만들고 있을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1년 동안 컵 위주로 작업하려고 생각하고 있고, 내년에 또 연장할 지도 모르겠다. 물레 작업도 제대로 배워서 사발도 만들고 싶은데, 늘상 컵에만 매달려 있으니 좀 답답한 느낌이 드는 순간도 있다. 그런데도 계속 컵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는 "불만족"이다. 기하학적인 균형감, 형태적 편안함,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의 긴장감, 채색이 전해주는 느낌, 그리고 손잡이를 잡았을 때 손가락과 팔목에 전해지는 안정감 등에서 늘 부족한 결과물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기술적인 완성도에서는 꼭 흠이 발생한다. 이러니 어찌 다른 쪽으로 쉽게 눈을 돌릴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불만족"이 늘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매년 더 나아지고 있다는데 대한 "만족"이 또 다른 한 축을 지탱하고 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두 느낌을 대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과정에 대한 "만족"이 일상적 행복을 가져다 주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에 대한 바램이 집착이 되지는 않도록 늘 조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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